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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식 > 소식지 > 2022 선재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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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왕사성의 죽원(竹圓)에 머무르실 때의 일이다. 불심이 매우 두터운 한 청년이 성밖에서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청년은 부처님의 청정한 설법을 듣고 출가할 수가 없어서 여러 날을 고민하다가 마침내 어머니께 출가의 뜻을 알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크게 놀라서 얼굴색까지 변하는 것이었다.  


“아니, 내가 아비도 없는 너를 지금까지 어떻게 키웠는데… 그래 이 놈아, 이제 다 컸단 말이 지? 이제 이 늙은 애미가 귀찮아져서 혼자 훌쩍 떠나고 싶다는 거지? 출가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출가냐. 나를 버려두고 떠나려면 네 맘대로 떠나 봐라. 이놈!”


어머니는 대단히 욕심이 많은 여자였다. 남편이 남기고 간 많은 재산으로 아들과 둘이서 풍족하게 먹고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재산을 모으기 위하여 남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돈을 불렸다. 


“어머니! 제발 그런 일은 그만두세요. 어머니가 그런 일을 하지 않으셔도 우리가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잖아요. 그런 일은 남의 피를 빨아먹는 일입니다. 제발 복업(福業)을 위해서 자비를 베풀고 보시하십시오.” 


청년이 매번 이렇게 간청하였으나 어머니는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 하루는 비구 스님이 청년의 집으로 걸식하러 왔는데 그의 어머니는 공양은 커녕 온갖 수모와 모욕을 주어서 보냈다. 


그 후 세월이 흘러서 청년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청년은 그제서야 출가하여 불문에 들어섰다. 삼귀오계(三歸五戒)의 정진 끝에 오악취(五 惡趣)를 초월하고 일체의 번뇌를 단절하여 마침내 그는 아라한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성자가 된 청년이 하루는 갠지스 강 기슭의 작은 암자에서 선정(禪定)을 닦고 있었다. 이때 머리 카락을 풀어헤치고 온 몸은 불에 그을린 보기에도 흉칙한 귀신이 성자 앞에 나타나서 큰 소리로 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성자는 이 참혹한 모습을 보고 가엾게 여겨, 우는 까닭을 물어 보았다. 귀신은 흐느끼며 말하였다. “나는 전생에 당신의 어머니였는데 죽어서 아귀도(餓鬼道)에 떨어졌습니다. 기갈(飢渴)의 고통을 받으며 오랫동안 먹지도 못하고 물을 마시지도 못했습니다. 거룩하신 성자여! 전세의 인연을 생각해서 나에게 한 모금의 물이라도 주십시오.”


성자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고 슬펐다. “어머니께서는 전생에 복업을 쌓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같은 악도에 떨어진 것입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전생의 죄과를 참된 마음으로 뉘우치십시오.” 


“전생에 탐욕만 일삼던 저는 남에게 인색하게 굴었고 탁발하러 온 스님에게 구박까지 했습니다. 이제 참된 마음으로 뉘우치려고 합니다. 제가 죽기 전에 많은 보물을 땅속 깊이 묻어 두었는데 그것들을 파내서 대시회(大施會)를 열어 스님이나 바라문에게는 음식을 공양을 드리십시오. 그작은 공덕으로 이 몸을 제발 그 무서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잘 알겠습니다. 만약 악업을 짓고도 뉘우치지 않는다면 그 죄 갚음은 끝없이 어디까지나 가겠 지만 이렇게 도중에라도 깊이 참회를 한다면 그죄는 반드시 용서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자는 이렇게 귀신을 타이르고 옛집으로 돌아가 땅속의 재물을 파내어 그의 말대로 대시회를 열어 스님을 공양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재물을 나누어주었다. 그런 뒤에 성자는 온 몸이 땅에 닿도록 부처님께 큰절을 하고 이렇게 빌었다.“부처님 바라옵건대 이 선한 공양을 받아 주옵시고 저의 어머니를 고통으로부터 구해 주십시오.”


마침내 그의 어머니는 삼악도의 고통에서 헤어날 수 있었다. 이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물건을 지나치게 아끼고 인색한 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그 번뇌로 인해 삼악도에 떨어져 이같이 악귀가 되니 일체 모든 중생들이여! 인색한 마음을 버리도록 하라.” 라고 하셨다. 


이 설화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탐욕의 죄과 (罪果)다. 자기가 뿌린 씨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고스란히 거두게 된다는 우주 질서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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