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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설화 - 물소의 왕과 원숭이

 

넓은 들판에 많은 물소를 거느린 물소의 왕이 있었다. 커다란 몸집을 갖고 있는 그는 언제나 위엄 있는 걸음으로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면서 물풀을 찾아 걸었다.

주변에 원숭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원숭이는 물소 왕의 당당한 모습을 늘 시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원숭이는 물소 왕을 향하여 돌과 흙덩이를 던지면서 욕질을 하였다. 그러나 물소 왕은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지나갈 뿐이었다.

이어서 다른 물소 떼가 그곳을 지나갔다. 원숭이는 이번에도 물소 왕을 향하여 갖은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 물소 왕도 먼저 물소 왕처럼 욕을 참으며, 미소와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고 조용히 지나갔다.

다음에는 젊은 물소 왕이 지나가는데 원숭이는 전과 마찬가지로 욕을 해댔다. 젊은 물소 왕은 기분이 나빠 원숭이를 혼내주려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앞서간 물소들의 고매한 모습이 생각나서 마음을 누르고 조용히 그곳을 지나갔다.

앞의 물소 왕은 큰 숲으로 들어가 물풀을 뜯으며, 유유히 놀고 있었다. 그때 그 숲에 살고 있던 목신(木神)이 물었다.

물소 왕이여, 원숭이에게 이유 없이 욕먹은 것이 분하지 않소?

물소 왕이 웃으며 대답했다.

나무의 신이여, 저런 자는 상대할 것이 못되오. 우리들을 욕한 원숭이는 또 다른 이도 욕할 것이요. 우리들의 힘으로 혼내주지 않더라도 언젠가 누구에게 당할 때가 올 것이요.

그 뒤 오래지 않아서 그곳을 지나가는 바라문 일행이 있었다. 원숭이는 그들을 향해서 기와 조각을 획 던졌다. 바라문들이 기와 조각을 얻어맞고 비명을 질렀다.

화가 난 일행은 크게 노해 원숭이를 잡아 그만 밟아 죽였다. 이것을 본 나무의 신은 노래하며 말하였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한 번 뿌린 죄의 씨앗은

소멸되지 않고 남아

언젠가는 무르익어

화의 열매를 맺는다.

 

* * *

 

자업자득(自業自得), 자작자수(自作自受), 좋은 일이나 궂은일이나 모두 내가 지어서 내가 받는 것이다.

 

내가 뿌린 씨앗의 열매는 언젠가는 내가 몸소 거두게 된다. 내일 웃는 것도, 눈물짓게 되는 것도, 모두가 오늘 내가 짓고 있는 업(業)의 결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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