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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란 중국 당나라 시대의 임제(臨濟義玄, ?~867) 선사의 언행을 담은 <임제록(臨濟錄)>에 나오는 말이다.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지금 있는 그곳이 바로 진리(깨달음)의 세계이니 자기가 처한 곳에서 주체성을 갖고 전심전력을 다하면 언제 어디서나 참된 것이지 헛된 것은 없다는 말이다.

 

임제(臨濟) 선사는 다음과 같이 대중에게 설법을 했다.

 

「납자들이여, 불법은 애써 힘쓸 필요가 없다. 다만 평소에 아무 탈 없이 똥 싸고, 오줌 누며, 옷 입고, 밥 먹으며, 피곤하면 잠자면 그뿐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나를 비웃는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안다.

 

옛 성인이 말씀하시길, “밖을 향해 공부하지 말라. 그것은 어리석은 자들의 짓일 뿐이다.” 그러니 그대들이 어디를 가나 주인이 된다면 서 있는 곳마다 그대로가 모두 참된 것이 된다. 어떤 경계가 다가온다 해도 끄달리지 않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늘 변화의 흐름 위에서 살아간다. 변화하는 인생의 흐름 속에서 분명한 것은 ‘나는 나에게서 달아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고통을 받든 즐거움을 받든 주인은 바로 ‘나’이다. 아울러 고통과 즐거움을 만들어 내는 주인공도 다름 아닌 ‘나’이다.

 

우리는 삶의 대부분 시간을 주인으로 살지 못한다. 기분 나쁜 소리를 들으면 바로 화가 나고,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면 짜증이 난다. 경계에 끌려 다니기 때문이다.

 

이해(利害)라는 경계, 자존심이라는 경계, 습관적인 의심의 경계, 피해의식의 경계, 이기심의 경계에서 너무나 쉽게 자신을 잃어버린다.

 

그리하여 주인이 아닌 객체가 돼서 이리저리 헤매는 까닭에 우리가 서 있는 그곳은 극락이 아니라 지옥이 된다.

 

만약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주인으로 설 수만 있다면, 마음의 평정을 지킬 수 있고, 진리 그대로 살 수 있다.

 

내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할 때, 흔들리지 않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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